[예술속 수학이야기]수학으로 세상을 그려낸 시인 이상
에드가 앨런 포가 수식을 이용하여 그의 소설의 구체성과 흥미를 높이고 수학적 추론을 이용하여 그의 추리소설을 전개해 나갔다고 한다면, 이상(1910-1937)의 시는 그 자체가 수학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이상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자. 이상의 본명은 김해경이다. 그는 3살 때 큰아버지의 양자가 되어 권위적인 큰아버지와 무능력한 아버지 사이에서 갈등이 심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였으며 1929년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수학에도 재능이 있었다. 19세에 이상이라는 필명을 얻게 되었다. 이상의 삶은 자신과의 치열한 내부 싸움과 폐결핵이라는 병과의 싸움의 연속이었으며, 아무도 그의 시를 이해해주지 못한 외로운 천재였다. 28세에는 일경에게 불령선인으로 체포되어 경찰서에 구금되었다가 사망하였다. 그의 문학사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문학사상사에서 1977년 '이상문학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

그의 오감도의 첫 번째 시인 “13인의아해가도로를질주하오”를 보자. 이 시는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와 같이 띄어쓰기도 되지 않은 채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시로서, 우리가 흔히 보아오던 시의 모습이 아니다. 이 시가 실린 신문이 배포되자 이 시에 대한 항의전화가 쇄도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오감도는 30회를 예정했다가 15회만에 중단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13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예수의 최후의 만찬에 참석한 사람 수, 위기에 당면한 인류, 일제하 우리나라의 13개 도 등 다양한 해석이 있다. “1931년”이라는 시에서 ‘나의 방의 시침 별안간 13을 치다.’와 같이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면 13이라는 수는 아마도 그 시대의 상황을 대변하는 수일지도 모른다.


오감도의 네 번째 시인 “환자의 용태에 관한 문제”를 보자.

이상한 기호들이 나열된 아주 이상한 시이기는 하지만, 우선 이 기호들이 거울에 비친 모습 이라고 생각해 보자.<그림1> 그러면 이 시는 오른쪽 그림과 같이 된다. 이 수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수들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소수점이 오른쪽으로 한자리씩 옮겨가며 점점 작아지고 있다. 이것은 환자의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가고 있음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또한 1은 살아 있음이고 0은 죽음일터니 진단 결과 1:0은 이제 환자는 죽는다는 진단일 것이다. 이렇듯 상반되는 두 상황을 이진법적으로 0과 1을 이용하여 표현할 수 있는 수에 대한 감각은 이상만의 독특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수를 거꾸로 써서 표현했다는 것은 환자들이 알 수 없도록 의사들이 어렵게 휘갈겨 쓰는 진료기록을 풍자한 것이라고도 한다. 진단결과를 그대로 알려줄 수 없는 환자의 용태는 실로 읽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그러면서도 여기서 대칭성과 1/10로 작아지는 등비수열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수학을 아는 사람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3차각설계도”는 7개의 ‘선에 관한 각서’로 구성된 이해하기 어려운 시이다. 그 중 두 번째인 “선에 관한 각서2”라는 시의 일부를 보자.<그림2>

이 시는 얼핏 보면 수학 학습지 같다는 생각이 든다.

a+b=b=a라는 덧셈의 교환법칙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이상이 수학 학습지를 만들었을 리는 없다.

그러면 이것은 무슨 뜻인가?

이상은 그 많은 식 중에서 왜 하필 1+3을 선택했을까? 1+4를 선택했다면 1+4, 2+3, 3+2, +1과 같이 시를 더 길게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1+3을 택한 것은 그 합이 4, 즉 死(죽을 사)와 발음이 같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1+3은 또 13이라는 수의 각 자리 수의 합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 점의 합 A+B+C=A, A+B+C=B, A+B+C=C는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다. 점은 크기가 없기 때문에 아무리 많이 더하여도 같다는 뜻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너무 수학적이고, 분명 그의 삶에 대한, 필자가 알지 못하는 어떤 뜻을 담고 있을 것이다.



이상이 기록한 수학 내용은 이와 같은 단순한 수식의 나열만은 아니다. 그는 수학자인 유클리드를 말하기도 하였으며, ‘우주는멱에의하는멱에의한다.’는 표현을 포함한 많은 구절은 이상 전문가조차 해독하지 못하는 암호와 같다. ‘멱’이라는 말이 거듭제곱을 뜻한다는 것 외에.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순열 공식 _n P_n =n(n-1)(n-2)・・・・・・(n-n+1) 이 이상에게는 시의 한 구절이 되기도 한다. ‘뇌수는 부채와 같이 원에까지 전개되었다. 그리고 완전히 회전하였다.’라는 표현은 한 선분이 회전하여 원을 이루는 상황을 보여준다.

어쨌든, 이상의 시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하는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다. 시를 처음 읽는 순간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암호의 연속된 기록 같아 보인다. 우리가 수학이라는 것을 알기 전에 적분을 하거나 미분하는 책을 들여다보면 외계인들의 문자같아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그러다보면 조금씩 이상의 생각을 이해 할 수 있을까?

화가가 점, 선, 면, 그리고 입체를 화폭에 옮겨 불후의 명작을 남기듯, 이상은 점, 선, 면, 그리고 삼각형, 사각형, 육면체(이러한 것들은 이상이 쓴 시들에 나타난 제목들이다)를 종이 위에 기록하여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의 세계를 표현하였다. 이상은 숫자와 기호를 이용하여 그의 마음을 표현하고 세상을 창조한 천재적인 수학자였는지도 모른다.

<자료제공|김정하ㆍ인천건지초등학교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