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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노벨 의학 및 생리학상은 하운스필드(Godfrey Hounsfield, 1919-2004)와 코맥(Alan Cormack, 1924-1998)이 받았다. X선 CT (Computed Tomography) 진단법을 개발했다는 것이 수상 이유다. 이들이 CT 진단법을 만들 때 중요하게 사용한 수학 이론이 ‘라돈 변환’(Radon Transform)이라는 것인데, 여기서 라돈은 방사성 원소 이름이 아니라 오스트리아의 수학자 라돈(Johann Radon, 1887-1956)을 가리킨다. 아쉽게도 1979년에 라돈은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는 말이 있는데, 역사에 가정은 없는 법이니 진실을 알 수는 없다. 그런데 라돈 변환이라는 것이 무엇이기에 CT, MRI, fMRI, 초음파 진단기 등 의학용 진단 장비에 쓰인다는 걸까? 간단하게 원리만 살펴보기로 하는데, 열쇠말부터 챙기자. ‘적분’

 

 

사이노그램 (sinogram)

2차원 물체를 예를 들어 설명하자. 오른쪽 그림에서 파란색으로 표시한 것과 같은 물건이 있다고 하자. 그림에서 동그라미로 둘러싼 영역 내부는 밖에서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 때, X선 사진을 여러 장 찍어 보이지 않는 물체의 위치 및, 모양을 알아내는 게 목표다.

 

바깥에서 내부를 향해 일정 방향으로 X선을 쬐는데, 파란색 부분에서는 일정 비율로 흡수가 일어나고, 나머지 부분은 온전히 통과한다고 하자. X선을 투입한 반대쪽에 X선 감지기를 달면 얼마나 흡수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때, X선이 지나간 길에 놓인 물체의 길이에 따라, 흡수된 양이 결정될 것이다.


 


 

예를 들어 아래쪽(0도 방향이라 부르자)에서 나란하게 X선을 쬐어 흡수된 양을 그래프로 나타내면 왼쪽 위에 나타낸 그래프와 같을 것이다. X선이 지나간 부분의 길이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마찬가지로 X선 발생 장치를 회전시켜가며 투과시키면 그래프를 얻게 되는데, 예를 들어 45도, 90도 방향과 나란하게 쬐어 흡수된 양을 나타낸 그래프는 아래와 같을 것이다.

 

예를 들어 1도씩 회전하며 이런 식으로 사진을 찍었다면 모두 180개의 그래프를 얻을 것이다. (180도 이상 회전하여 얻는 그래프는 똑같을 것이므로 굳이 더 찍을 필요는 없다.)

 

 

 

이처럼 여러 각도로 X선 사진을 찍어 얻은 그래프를 시각화한 것을 사이노그램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오른쪽은 wikipedia 에서 가져온 가상의 사이노그램이다. 세로축을 보면 각이 주어져 있는데, 0도부터 180도까지 나와 있다. 각 각도마다 중심축을 기준으로 해당하는 그래프의 높이를 명암을 써서 시각화한 것이다. 이 그림에서는 흰색에 가까울수록 흡수가 많이 됐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45도쯤을 보면, 가장자리 쪽은 거의 흡수가 없지만 중심 부분에서 상당히 흡수가 많이 일어난 걸 알 수 있다. 요즘이라면, 3차원 그래픽 기술을 써서 보기 좋게 나타낼 수도 있겠지만…

 

이제 질문은 이렇다. 여러 각도로 충분히 조밀하게 X선 사진을 찍어 얻은 그래프를 이용해, 원래 영상을 복원할 수 있을까? 사이노그램만으로 어떤 물체를 찍은 것인지 바로 알 수 있을 만큼 대단한 공간 지각력을 지닌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다.

 

 

사이노그램의 복원

이미 언급한 대로, 사이노그램은 근본적으로 X선이 통과하는 영역의 길이를 구하면 얻을 수 있다. 즉, 수학적으로 X선 흡수량은 적분값을 구하는 문제로 이해할 수 있다.


가상의 사이노그램. <출처: wikipedia>

 

응? 그렇다면! 원래의 영상을 구하는 것은, 적분의 역연산인 미분을 쿵짝쿵짝하면 얻을 수 있겠군. 쉽네! 그렇기만 했다면야 무슨 문제가 있을까만, 놀랍게도(?) 사이노그램으로부터 원래의 영상을 복원하는 방법은 미분이 아니라, 적분이다. 사실 이런 현상은 어느 정도 일반적이다. 수식이 많이 등장하므로 소개하진 않지만, (그러고 보니 오늘은 수식을 하나도 안 썼다) 라돈 변환은 푸리에 변환이라고 부르는 변환의 일종이다. 푸리에 변환은 공학이나 물리학 등에서 광범위하게 많이 등장하는 유용한 변환인데, 푸리에 변환의 역변환은 ‘적분’을 통해 얻는다. 따라서 라돈 변환의 역변환 역시 적분을 통해 얻을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사실도 그렇다.

 

 

고속 푸리에 변환

물론 실제로 의학용 진단 장비가 치환적분이나 부분적분 같은 것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실용적인 면에서는 적당히 많은 구간으로 쪼개 측정치를 구한 뒤, 그 값을 더하는 방식을 취한다. 진단의 정확성을 보장하려면 측정치가 많아야 하는데, 문제는 측정치가 많을수록 계산량이 급속도로 늘어난다는데 있다. 라돈 변환과 역변환이 알려진 후 거의 60년이 지나서야 의학용 진단 장비가 비로소 등장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컸다. 계산이 빠른 컴퓨터가 등장한 후 CT가 실용화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이산) 푸리에 변환을 빠르게 계산하는 방법으로 컴퓨터에도 이식하기 좋은 계산법인 고속 푸리에 변환(FFT, Fast Fourier Transform)이 나오고 나서다.

 


넓이를 재는 적분. 나와는 관계 없는 것?

수학이란 어떤 의미에서는 안 보이는 것을 보이게 하는 학문이다. 빵 다섯 개 중에서 세 개만 남았을 경우, 이미 뱃속에 들어가서 보이지 않게 된 빵 두 개를 셈하게 하는 것이 수학의 출발이었다면, 지금은 째거나 뜯지 않고도 인체의 내부를 들여다 보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학문으로까지 발전했다.

 

CT로 찍은 원 데이터인 사이노그램(좌)과 이를 수학적으로 처리해 만들어낸 인체의 단면 사진(우). 수학이 안 보이는 것을 보이게 해주었다.
<출처: Adam Wang, ‘Localized Noise Power Spectrum Analysis’>

 

적분은 넓이를 구하는 이론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위에서 보았듯이 뜻밖(?)의 곳에서 미적분을 비롯한 고급 수학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위에서 언급한 푸리에 변환만 하더라도, 전자기, 열, 파동 등을 이해할 때 자주 등장한다. 방금 본 예만 가지고도, 예를 들어 지진파를 측정하여 지구 내부의 맨틀 등의 구조를 이해하고 지각 활동의 모형을 세우는 데도 수학을 사용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질학, 고고학 발굴, 유전 및 광물 자원 탐사 등에 앞서 땅속의 모습을 알아내는 데도 각종 수학이 동원된다. 현재도 부단한 노력이 투자되고 있는데, 지진 예측을 포함한 성과를 이뤄,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