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수학팀
| 위상수학과 한붓그리기 | ||||||||
| 입력: 2008년 04월 28일 14:44:59 | ||||||||
서울은 너무 교통이 복잡해서 자가용이나 버스를 타고서는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 어떨 때는 너무 늦게 도착하고, 집에서 조금 일찍 출발하면 너무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지하철을 타면 비교적 정확하게 약속 시간에 맞출 수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인터넷이나 다른 여러 매체를 통해서 지하철 노선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음 지하철 노선 안내도를 보자.
이 그림에 있는 지하철 역들의 위치는 실제 위치와는 아주 다르다. 역 사이의 거리도 실제 거리와 다르고, 한 역에서 이웃한 역으로 갈 때의 구부러진 방향도 실제와는 다르다. 그러나 실제와 같은 성질도 있다. 어떤 성질일까? 그것은 역의 순서, 교차하는 환승역, 교차하는 노선의 개수 등이다. 이러한 성질을 가지면서 역 사이의 거리나 구부러진 정도 등을 적당하게 그리면 이러한 노선 안내도가 된다. 이것은 지하철 노선도뿐만 아니라 버스 노선도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런 노선도에 어려운 수학이 숨어 있다. 위상수학이라는 분야가 바로 그것이다. 어떤 도형을 자르거나 붙이지 않으며 서로 다른 두 점이 중복되지 않도록 도형을 늘이거나 줄이고 구부려서 얻은 도형을 처음 도형과 ‘연결 상태가 같은 도형’이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성질을 연구하는 수학의 한 분야가 위상수학 또는 위상기하학이다. 우리가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마술 거울을 생각해 보자. 멋있는 몸매를 자랑하는 사람도 그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곤 웃음을 터트리게 된다. 머리는 조그맣고 허리는 엄청나게 굵어지고 다리는 또 아주 길쭉해지는 혹은 그 반대가 되는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있지 않은가? 이러한 변형도 역시 위상수학인 것이다. 그래서 위상기하학을 고무판 위의 기하학이라고도 한다. 고무판 위에 도형을 그린 다음 고무판을 비틀거나 잡아당기면 거기 그려진 그림도 휘어지고 늘어나고 줄어들곤 하지 않는가? 위상수학은 오일러라는 유명한 수학자가 개척한 분야이다. 독일의 쾨니히스베르그에는 프레겔 강이 있고 그 강에는 다음 그림과 같이 7개의 다리가 놓여 있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같은 다리를 두 번 이상 건너지 않고 모든 다리를 산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일일이 건너가거나 그림을 그려보는 방법으로는 너무 복잡해서 해결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오일러는 1736년에 이 문제의 답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오일러는 다리를 길거나 짧은 선으로 생각하고, 다리를 건너지 않고 걸어 다닐 수 있는 땅을 줄여서 점으로 생각하여 이 강과 다리를 다음과 같은 그림으로 나타내었다.
그리고, 이 그림이 연필을 떼지 않고 선을 한 번씩만 지나게 그릴 수 있는가 하는 한붓 그리기 문제로 바꿔서 생각하였다. 여기서 위상수학이 태어난 것이며, 한붓 그리기가 위상수학의 한 소재가 된 것이다. 그러면 왜 위의 그림이 한붓 그리기가 불가능한지 알아보자. 먼저, 한 점에 모이는 선이 짝수 개인 점을 ‘짝수점’, 그 점에 모이는 선이 홀수 개인 점을 ‘홀수점’이라고 하자. 다음 그림에서 ⑴은 짝수점만 가지고 있으며, ⑵는 홀수점을 2개, ⑶은 홀수점을 4개 가지고 있다. 각자 그려보면 알겠지만 짝수점만 있으면 어느 점에서 시작하여도 한붓 그리기가 가능하다. 그러나 홀수점이 2개 있으면 반드시 홀수점에서 시작하여야 한붓 그리기가 가능하며, 홀수점이 4개 이상 있으면 한붓 그리기가 불가능하다.
쾨니히스베르그의 다리 문제는 홀수점이 4개 있는 문제이므로 한붓 그리기가 불가능한 문제가 된다. 다리를 산책하는 평범한 일상에서 이렇게 새롭고 엄청난 수학의 한 분야가 만들어지는 게 신기하지 않은가? 오일러가 이 문제를 해결한 후 139년이 지난 1875년에 8번째 다리가 놓여서, 같은 다리를 두 번 이상 건너지 않고 모든 다리를 산책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어디에 다리를 놓으면 되는지 그리고 그 때 어떤 순서로 다리를 건너면 되는지 여러분도 직접 한번 생각해 보아라. 이와 같이 위상수학은 쉽지 않은 분야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재미있는 소재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강문봉 교수 | 수학과 문화 연구소> |






